구글이 자체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안정적인 수급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미국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마벨 테크놀로지와 협력 관계를 맺고 대규모 지분 매수 권한을 확보했다.
19일(현지시간) 마벨의 공시에 따르면 양사는 맞춤형 반도체 개발 및 공급에 합의했으며, 그 대가로 구글에 자사 보통주 약 5900만 주를 주당 206.58달러에 매입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부여했다. 구글이 해당 권리를 전부 행사하면 총액은 121억8천만달러(약 17조원)에 달하며, 절차 완료 시점에 구글은 마벨의 5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다만 이 같은 대규모 주식 매입 권한은 구글이 마벨 제품을 일정 규모 이상 구매해야만 유효하다.
전체 물량 가운데 136만867주는 향후 1년간 분기마다 일정 비율로 구글에 귀속된다. 나머지 물량은 240단계로 분할돼, 구글이 5억달러 규모의 마벨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한 단계씩 주식 매수 권한이 열리는 구조다. 구글이 제시된 매입 조건을 100% 충족할 경우, 마벨은 구글 단일 고객사만으로 최대 1200억달러(약 167조원)의 누적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은 독자 AI 칩인 텐서처리장치(TPU)의 핵심 로직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세부 칩 설계와 제조 공정 관리를 담당할 파트너 기업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TPU 인프라와 호환되는 고객 맞춤형 반도체 라인업 역시 외부 협력이 요구된다.
구글은 그간 해당 업무를 마벨의 경쟁사인 브로드컴에 상당 부분 맡겨왔다. 이번 협력을 계기로 마벨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닝스타 소속 윌리엄 커윈 시장분석가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마벨 입장에서는 대단한 성과"라면서도 "구글이 기존 브로드컴 물량을 완전히 가져오기보다는 공급 채널을 다각화해 전체 파이를 키우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AI 기업과 반도체 제조사 간 자본 결속이 한층 강화되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최근 오픈AI 주도의 데이터센터 건립 과정에 1050억달러 상당의 금융 보증을 약속한 바 있다. AMD 또한 지난해 10월 오픈AI의 자사 AI 칩 구매 실적에 비례해 최대 10%의 지분을 넘기는 조건으로 협력 관계를 맺었다.
